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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현지 생활 과 소식

[미국 생활] 배심원 소환장 받았을 때, 절차와 실제 후기 A to Z

by joibox 2025.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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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홀에서 시작된 하루”

1. 배심원 제도란?

미국에서는 시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하는 제도, 바로 배심원 제도(Jury Duty)가 운영되고 있어요. 형사나 민사 재판에서 판사만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죄인지, 책임이 있는지 등의 결정을 함께 내리죠.

이건 미국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로, 18세 이상이고 영어를 이해할 수 있으며 중범죄 전과가 없는 시민이라면 누구든 무작위로 소환될 수 있어요. 배심원 제도는 미국 헌법 수정 제6조와 제7조에 근거한 것으로,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원리 중 하나입니다.

배심원은 보통 12명으로 구성되며, 만장일치로 판결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제도를 통해 일반 시민들이 법적 판단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정의가 소수의 전문가들만의 손에 맡겨지지 않고 사회 전체의 상식과 양심을 반영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배심원 소환장 이미지

2. 배심원 소환장을 받으면?

배심원으로 선정되면, 우편으로 "Jury Summons"라는 종이가 날아옵니다. 이 종이는 단순한 초대장이 아니라, 법적으로 반드시 응해야 하는 의무예요. 무시하면 법정모독죄로 벌금이나 구속될 수도 있답니다.

소환장을 받으면 해야 할 일:

  1. 날짜와 그룹 번호 확인 – 보통 지정된 날짜 전날, 내 그룹이 "호출"됐는지 웹사이트나 전화로 확인합니다.
  2. Report 지시가 있는 경우 – 소환장에 "You are ordered to report"라고 쓰여 있다면, 무조건 출석해야 해요. 저도 이번엔 이 케이스였어요. (7월 7일 오후 웹사이트에 접속후, 7월8일 참석여부 확인함)
  3. 법원에 출석 – 지정된 시간과 장소로 출석해, 안내에 따라 출석 확인 → 대기 → 재판 배정 여부를 기다립니다.
  4. 배심원으로 뽑히면 – 해당 사건 재판이 끝날 때까지 참여하게 되고, 뽑히지 않으면 하루나 이틀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연기나 면제를 신청할 수 있어요. 학생, 65세 이상 고령자, 육아나 간병이 필요한 경우, 경제적 어려움 등이 인정받을 수 있는 사유들이죠.

3. 나의 배심원 출석기 – 2025년 7월의 하루

얼마 전, 몇 년 만에 다시 배심원 소환장을 받았습니다. 날짜는 2025년 7월 8일 오전 10시 30분, 장소는 LA 다운타운, Clara Shortridge Foltz Courthouse였어요.

"또 왔구나…" 싶으면서도 이번엔 어떤 경험이 기다릴지 약간의 기대도 있었죠. 사실 배심원 경험은 미국 생활에서 꽤 특별한 일이거든요. 평소에는 접할 수 없는 법정의 분위기와 실제 재판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니까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하며, 혹시 며칠간 재판에 참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방에 책과 충전기, 간단한 간식까지 챙겨 넣었어요. 배심원으로 선정되면 하루 종일, 때로는 며칠씩 법정에 있어야 하니까요.

4. 디즈니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배심원은 디즈니 콘서트홀 주차장(111 S. Grand Ave)무료로 주차할 수 있어요. 소환장에 있는 바코드를 찍으면 주차 요금이 면제됩니다. 이런 작은 배려가 참 고마웠죠.

그곳에 차를 세우고, 210 W. Temple St. 에 위치한 법원까지 도보 이동.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 아래, Grand Avenue와 Temple Street를 따라 걸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차로만 지나쳤을 다운타운 거리를 천천히 걸으니, 새삼 LA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아침 시간대라 출근하는 사람들과 함께 걸었는데,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저만 조금 다른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는 게 묘하게 느껴졌어요. 법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고요.

5. 뜻밖의 산책, Grand Park

햇살은 뜨거웠지만, 덕분에 Grand Park도 잠시 들를 수 있었어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데모와 뉴스로 북적였던 거리였지만, 이날만큼은 놀랍도록 조용하고 평화로운 공원이 되어 있었죠.

공원에서 잠시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조깅하는 사람들과 산책하는 시민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시청사와 법원 건물들이 둘러싸인 이 공간에서 느끼는 도심 속 고요한 풍경은 배심원 출석의 보너스 같았어요.

사실 LA에 살면서도 Grand Park을 제대로 걸어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런 계기로 천천히 구경할 수 있어서 나름 의미 있었죠. 분수와 잔디밭, 그리고 멀리 보이는 다운타운 스카이라인까지. 분주한 일상 속에서는 놓치기 쉬운 풍경들이었어요.

분수대와 광장 전경 (Grand Park 중심부) 이미지
분수대와 광장 전경 (Grand Park 중심부) “배심원 출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Grand Park 분수에서 마주한 고요한 순간.”

 

Grand Park 내 정면 건물(County of LA Building) 이미지
Grand Park 내 정면 건물(County of LA Building) “점심시간, 트럭 푸드가 대기 중이던 정면 건물 앞. LA의 일상적인 한 장면.”
Metro Civic Center / Grand Park 역 입구 이미지
Metro Civic Center / Grand Park 역 입구 “지하철역 입구를 지나며, 도심 속 교통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체감했다.”
City Hall을 나무 사이로 바라본 장면 이미지
City Hall을 나무 사이로 바라본 장면 “푸른 나뭇잎 너머로 보이는 LA 시청. 고요한 거리, 흔치 않은 여백.”
Grand Park 안내판 이미지
Grand Park 안내판 “공원의 구조와 동선이 잘 나타난 안내판. 아침 5:30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된다.”
계단 너머로 바라본 Grand Park 입구 방향 이미지
계단 너머로 바라본 Grand Park 입구 방향 “Grand Park로 향하는 넓은 계단. 뜨거운 햇살 아래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어느 여름날.”

 

LA City Hall 클로즈업 (수직 사진) 이미지
LA City Hall 클로즈업 (수직 사진) “햇빛을 등지고 우뚝 선 LA 시청. 건물 사이로 내려앉는 햇살이 인상적이었다.”

 

City Hall 전경과 잔디밭 이미지
City Hall 전경과 잔디밭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고풍스러운 시청 건물. 평일 한낮, 의외로 한가로운 풍경.”

6. 법정에서는…

도착 후 1층 L-4호실, Jury Assembly Room으로 들어갔습니다. 소환장을 제출하고, 출석을 확인한 뒤 자리에 앉아 기다리기 시작했어요. 방 안에는 저처럼 소환장을 받고 온 시민들이 50명 정도 있었는데, 나이도 직업도 다양해 보였어요.

어떤 분은 업무용 노트북을 들고 와서 일을 하고 있고, 어떤 분은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처음 와본 분들은 약간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경험이 있어 보이는 분들은 꽤 여유로운 모습이었죠.

오리엔테이션 비디오를 보면서 배심원의 역할과 절차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을 들었어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배심원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들에 대해서 말이죠.

잠시 후 한 팀의 이름이 불려 나갔고, 이들은 다음 주 수요일부터 재판에 참여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그 순간 속으로 외쳤죠. "제발… 나는 오늘로 끝나기를!"

7. 럭키하게 하루 만에 끝!

몇 시간 후, 직원이 알려줬습니다. 이번 사건은 판사 판단으로 배심원이 필요 없게 되었다고요. 아마도 합의가 이루어졌거나, 다른 방식으로 해결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린 모두 배심원 면제 종이를 받고 1년 동안은 다시 소환되지 않는다는 해방의 기쁨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죠. 사실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안도감이 컸어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표정이었어요. 모두들 "오늘로 끝나서 다행이야"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웃고 있었죠. 그래도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다는 뿌듯함은 있었어요.

배심원 증서(배심원 면제 종이) 이미지

8. 사진 몇 장, 그리고 느린 하루의 기록

오랜만에 디즈니홀 외관도 찍고, Grand Park의 여유로운 오후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거리와 풍경들이 이날은 참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법원 건물의 웅장한 모습과 주변 고층 빌딩들, 그리고 공원에서 만난 일상의 풍경들까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이지만, 그 안에는 이날의 특별한 경험이 담겨 있었죠.

특히 디즈니 콘서트홀의 금속 외관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이 건물을 이렇게 가까이서 천천히 볼 기회도 흔치 않으니까요.

돌아가는 길에 커피 한 잔을 사서 차에서 마시며, 오늘 하루를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끝나서 오후 시간이 통째로 남았지만, 그래서 더 여유롭게 느껴졌죠.

콘서트홀 근접 뷰 이미지
콘서트홀 근접 뷰 “유려한 곡선의 메탈 외관. 프랭크 게리의 손길이 느껴지는 디즈니 콘서트홀 앞에서.”
Grand Ave & 1st St 교차로와 콘서트홀, The Grand 호텔 건물 이미지
Grand Ave & 1st St 교차로와 콘서트홀, The Grand 호텔 건물 “한쪽엔 빛나는 콘서트홀, 맞은편엔 현대적인 호텔과 상업 공간. LA의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길목.”

 

Grand Street 횡단보도에서 본 콘서트홀 전경
Grand Street 횡단보도에서 본 콘서트홀 전경 “횡단보도 너머로 보이는 디즈니 콘서트홀의 위용. 햇살 아래 더욱 반짝였던 메탈의 질감.”

 

DASH 버스와 함께 담긴 콘서트홀 이미지
DASH 버스와 함께 담긴 콘서트홀 “로컬 버스 DASH와 함께 찍힌 디즈니 콘서트홀. 시민의 일상과 문화의 상징이 교차하는 순간.”
콘서트홀 정면을 정중앙에서 담은 사진 이미지
콘서트홀 정면을 정중앙에서 담은 사진 “이 날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장소. 배심원 출석을 위해 이곳 주차장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9. 마무리하며

배심원 소환장은 가끔은 귀찮고 불편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그 속에는 시민으로서의 권리민주주의의 한 부분이 담겨 있어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공정한 재판을 만들고, 정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는 거니까요.

물론 일상이 바쁜 현대인에게는 시간적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런 시민 참여 제도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사법 제도가 더욱 민주적이고 공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목소리라도 세상 앞에 내어보는 일.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정의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조금 더 성숙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음에 또 소환장을 받게 된다면, 이번처럼 하루 만에 끝나길 바라면서도, 만약 실제 재판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우리 사회의 정의를 위해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값진 일이니까요.

LA의 7월 어느 날, 배심원으로 불려 갔다가 하루 만에 돌아온 이야기였습니다. 여러분도 언젠가 배심원 소환장을 받게 되신다면,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 경험을 받아들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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